한국 포함한 미국 ‘쿼드 플러스’ 구상에 부정적 입장
“중국, 미사일로 한국 겨냥하면 미국, 우리 보호할 수 있겠느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의 ‘반(反) 중국 군사훈련’에 동참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특보는 이날 싱크탱크인 한국의 동아시아재단과 미국의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이것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을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를 ‘반중(反中)’ 집단안보 기구로 공식화한 뒤 한국·뉴질랜드·베트남 등을 참여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본 따서 ‘쿼드 플러스’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목적의 ‘아시아·태평양의 나토’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문 특보는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특보의 이번 발언이 우리 정부와의 교감 속에 나온 견해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문 특보는 이날 세미나 연설에서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제1의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인 경제 파트너”라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미국에 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일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거나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등을 배치하거나, 또는 남중국해 등의 군사 훈련에 합류하는 경우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어 “중국은 한국을 향해 둥펑 미사일을 겨냥하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은 물론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면서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문 특보는 또 “중국은 러시아·북한을 포함한 ‘북부 3자 동맹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중국은 1958년 이후 북한에 군대와 무기, 물류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석유를 포함한 지원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 특보는 이런 상황이 발생활 경우 “북한으로부터 핵은 물론 재래식 위협도 더 강화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딜레마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문 특보는 이어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인해 중소기업 등 한국의 기업이 희생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종류의 선택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나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의 전반적인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종전선언이 출구가 아닌 입구가 돼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그는 또 종전선언을 채택해도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지위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지위는 한미 간 동맹의 문제로서 북한이 간섭할 공간이 없다”면서 “만약 북한이 이를 고집한다면 종전선언이 채택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 채택이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끌고 우리 모두를 위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생산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