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크(최고점)는 오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9개월을 맞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아직 ‘위기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며 장기적인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하루에 확진자가 1000명씩 치솟는 ‘2차 유행’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역학조사의 체계화와 중환자 치료체계 개편,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성 개선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9개월,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및 장기화 대비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역 대응과 관련해 김동현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역학조사의 체계화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와 접촉자 간, 역학정보와 임상정보가 연계·통합되지 않고 있다”며 “역학조사관이 담당했던 확진자가 다른 시·도 관할로 넘어가면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가 없고, 시·도간 역학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이 될 때도 과연 지금의 이 시스템이 유지가 가능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전파’를 빨리 알아채기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병원·요양시설에 입소·입원한 코로나19 고위험군은 현재 학교 현장에서 쓰고 있는 ‘우리건강지킴이’ 앱 등을 활용해 증상 정보를 의무적으로 입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 집단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일정 수 이상 많아지면 집단감염의 전조를 파악할 수 있다.
중환자 관리를 위한 의료체계에 대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실장은 병상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의료진의 확보와 피로도 문제 해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실장은 “2차 유행에 대비하려면 중환자병상이 최소 400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보다 200여병상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중환자 병상을 관리할 간호사는 1병상당 5명씩 총 1000명이 더 필요하다”며 “간호사들을 중환자 간호가 가능한 수준으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차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는 집단감염을 빨리 찾아내기 위해 15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진단키트(항원진단키트)를 활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 피로도가 크다고 평가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떤 시설이나 인구집단에서 위험이 가장 큰지 고민해서 타깃팅할 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생기는 점도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권 교수는 “거리두기 시행 후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이 10% 증가했고, 이는 평소의 3배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방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88명 증가해 총 확진자 수가 2만6043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동문 80명이 함께 한 골프모임에서 지난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모임 참석자와 가족, 지인 등 30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골프를 친 후 식사모임을 가진 참석자 20명 중 대부분(16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