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윤석열 응원화환 강제철거 최후통첩

입력 2020-10-27 17:39 수정 2020-10-27 17:41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 화환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이 붙어 있다. 허경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한다는 내용으로 대검찰청 정문 앞에 설치된 화환들이 27일 300개를 넘겼다. 화환 행렬은 대검 정문에서 좌우로 대법원과 서울 서초경찰서 경계까지 이르렀고 공간이 없어 맞은편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넘어갔다. 보수단체들이 대검 인근에 집회신고를 내고 화환들을 보호 중인데, 서울 서초구청은 “강제 철거하겠다”고 계고했다.

서초구는 이날 보수단체 ‘애국순찰팀’과 ‘자유연대’ 앞으로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보내 “28일까지 자진 철거가 되지 않을 경우 대검 정문 좌우에 놓인 화환들을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계고서에 적힌 철거 수량은 ‘화환 전부’다. 서초구는 “도시 미관과 미풍양속 유지 등에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현저히 공익을 해칠 것”이라고 계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서초구는 강제 철거에 돌입하게 될 경우 소요된 비용을 보수단체로부터 징수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화환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라임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했던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서초구는 지난 19일에도 “20일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의 대검찰청 국감이 열리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자유연대는 지난 25일부터 대검 정문 인근에 대한 집회신고를 냈다.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기간은 다음 달 25일까지 1개월간이다. 법조계는 이 집회신고가 사실상 철거 명령을 받은 화환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이라고 본다. 서초구의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경우 충돌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윤 총장 응원 화환의 숫자를 세고 있다. 이날 정오 무렵 300개를 넘겼다. 서초구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불어난 화환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거론됐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 국감 때 화환을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세어보진 않았다. 그분들 뜻을 생각해서 할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26일 종합국감에서 “제가 저 부분(화환)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을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데 정치의 늪으로 끌고 들어온다”고 했다.

화환 대부분에는 “우리 모두가 윤석열이다” “윤석열이 살아야 한다” 등 윤 총장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다만 일부에는 “대통령 퇴진” “청와대 압수수색” 등 정권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도 담겨 있다. 윤 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바란다는 글귀도 있어 검찰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