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술접대 자리에 동석했다고 지목한 A변호사가 “김 전 회장이 지목한 검사들은 내가 접견했을 때 이름을 알려줬던 검사”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당시 면담 때 들은 이름을 토대로 상황을 꾸며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술접대 자리도 A변호사가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27일 검찰 출신 A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면 그는 지난 4월 김 전 회장이 검거된 후 접견을 했다. 김 전 회장은 변호를 요청했지만 A변호사는 “네가 도망가는 바람에 상황이 꼬였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이 “사건 대응을 해야 하니 수사팀 검사를 알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A변호사는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 팀장이었던 B부부장 이름을 처음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B부부장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했으며 대한민국 최고 검사라는 설명도 했다는 것이다. 같은 수사팀이었던 C부부장 이름도 이때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B부부장 이름과 대우조선해양, C부부장 이름과 유학이라는 단어를 메모했다.
A변호사는 당시 “B부부장은 대우조선 고재호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해 징역 10년을 받아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사실을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또 “경고하는데 B부부장에게 나를 안다고 하지 마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A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지목하는 검사들과 따로 룸살롱에 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을 소명할 계획이다. A변호사는 “떳떳하고 숨길 게 없다”며 검찰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다 풀어서 제출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법무부 감찰 조사 등에서 A변호사와 검사 술 접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가 지난해 7월 대우조선 수사팀 후배 검사들과 술자리를 하게 됐으니 특실을 예약해달라고 먼저 연락했다는 것이다. A변호사가 “후배들이 나중에 라임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술자리에서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검사들이 명함도 주고 받았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감찰 결과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A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일방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7월 22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언론 첫 보도가 있었고 8월에 금감원 검사가 시작됐는데 라임 수사팀에 투입될 검사들이라면서 소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7월은 라임 수사팀 구성 여부도 알기 어려웠던 시점이고 검사 인사를 자신이 미리 알 수도 없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지난 2월 꾸려졌다. A변호사는 또 본인이 검사 술자리를 먼저 제안했다면 김 전 회장이 날짜를 기억 못할 리 없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술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검사들의 검찰청 출입기록, 룸살롱 장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과 A변호사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김 전 행정관을 상대로도 술자리에 검사들이 왔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행정관을 검찰 단계에서 변호했던 변호인은 “B부부장을 안다거나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