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라는 엄혹한 상황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 일어나서 말할 수 있었던 그의 삶과 사상의 힘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하는 관심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리영희 선생 10주기 기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쓴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창비와 리영희재단은 2010년 12월 세상을 떠난 언론인 리영희 10주기를 맞아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와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두 권을 나란히 펴냈다.
권 대표는 리영희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평가가 ‘사상의 은사’에서 ‘의식화의 원흉’으로 갈라져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리영희 선생님은 어떤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숭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제, 억압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오신 분인데 이렇게 왜곡돼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평전에선 극단적이고, 논쟁적인 리영희가 아닌 ‘인간 리영희’를 최대한 담고자 노력했다. 권 대표는 지인과 가족들을 만나 리영희의 생전 진솔한 모습을 찾아보고 그것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평전 ‘책머리에’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다. “평전 작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던 것은 선생이 타계한 2010년 겨울, 빈소 한켠에서 진행됐던 추모 대담에서 당시 백낙청 ‘창작과 비평’ 편집인이 선생의 삶을 규정한 ‘천진난만’이란 표현 때문이었다. 그것은 필자가 곁에서 보았던 선생의 모습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었다.”
선집은 리영희재단 이사장인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리영희 선생의 조교로 일했던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가 리영희의 글 350편 중 대표작 22편을 골랐다. ‘한반도’ ‘국제관계’ ‘사상·언론’ ‘문명·미래’ 4부분으로 나눠 오늘날에도 유효한 현재성을 가지는 글들을 가려 뽑았다. 최 교수는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상당수 사람들은 ‘이거 큰일났다’라고 했는데 대체재가 과연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라며 “각 영역에서 많은 전문가가 나왔지만 전체를 아우르면서 역사,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울림 있고 우리를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과연 가능할까 걱정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백 명예교수는 두 책에 대해 “고유명사나 전거 등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바로잡고 정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생이 글을 쓰실 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정확한 출처와 팩트체크가 느슨한 점이 있었다”며 “어떤 경우는 저자 자신이 오해하고 쓴 글도 있다”고 덧붙였다. 책 출간과 기념사업의 목적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리영희 선생을 우상화하거나 신화화하려는 게 아니다. 선생은 자신의 글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됐으면 한다고 했는데, 현재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저희가 하는 것은 선생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