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거주자가 매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평균 5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전세 격차는 2000년에는 추가 자금이 1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그 사이 매매 가격과 전셋값이 오르내리면서 5배 넘게 벌어졌다.
27일 부동산114의 시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전셋값과 매매가격 평균 차이는 5억1757만원이었다. 이 수치는 2000년에는 8896만원 수준이었다가 2009년 3억67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금융위기 후폭풍 등으로 매매가가 안정되면서 2015년에는 다시 1억6207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줄곧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넘었다.
이처럼 매매·전세 격차가 매매로 넘어가려는 세입자들의 자금 마련도 그만큼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해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 그치는 상황이다.
반대로 매매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된 상태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셋값이 빠르게 상승하면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 수 있는데 이게 매매시장에도 불안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114는 “과거부터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좁혀질수록 매매시장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동시에 늘어났다”며 “일명 ‘전세난’으로 불릴 수도 있는 지금의 상황을 조기에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 외 다른 지역의 매매·전세 격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경기도는 1억5045만원, 부산은 1억2872만원, 제주 1억2168만원, 대전 1억980만원, 대구 1억30만원 등이었다. 올해 시장이 요동친 세종은 2억7002만원으로 서울 다음으로 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