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병상 6년간 일가 배당금 2.8조…상속세 재원?

입력 2020-10-27 10:44 수정 2020-10-27 11:08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진 뒤 6년간 이 회장 일가는 3조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이 회장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3배 이상 증가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수 일가가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조7716억원에 달했다.

배당금은 2014년 2221억원에서 2019년 7501억원으로 증가했다. 5년 새 3.4배로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배당금 비중이 컸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배당을 늘렸다.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이 회장 일가 전체 배당금 7500억원 안팎에서 삼성전자 배당금이 약 3500억원이었다.

배당금 규모가 클수록 상속재산이 커져 상속세도 늘어나지만, 배당 확대를 통해 상속세를 위한 현금 재원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이 받은 배당금 전체의 64.9%는 이 회장이 차지했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1조7988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4.18%로,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에 이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041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0%에 불과하다. 대신 17%가 넘는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도 상당 부분 삼성물산으로부터 받았다.

이 회장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지분(0.91%)만으로 6년 동안 2723억원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없이 삼성물산과 삼성SDS로부터 각각 982억원을 배당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배당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이 회장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가져가면 배당을 통해 상속세에 대비한 현금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이 회장 별세 다음 날이었던 지난 26일 삼성물산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지수는 하락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도 소폭 올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