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이 간 업소는… 교육부 장관 “단정 못해→ 부적절 장소”

입력 2020-10-27 00:03

장하성 주중대사는 고려대 교수 시절 학생 등록금으로 마련된 돈으로 강남 룸살롱에 다녔을까. 사실이라면 교육자로서,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교육부가 “보직 교수들이 법인카드로 룸살롱을 다녔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으나, 장 대사 실명이 공개된 이후 사실 관계가 얽히고 있다.

룸살롱 아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장 대사가 룸살롱을 실제 드나들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의 입씨름 과정에서 이런 입장이 튀어나왔다.

“장 대사가 유흥주점이 아니라 음식점이라고 외통위 국감에서 위증했다”(조 의원), “저희가 감사를 진행하면서 감사 담당자가 현장에서 (유흥주점이란 걸) 확인했다. 올해 2월이었기 때문에…”(유 부총리), “유흥주점 맞는가”(조 의원),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하고 (유흥업소)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했다”(유 부총리), “조 대사가 국민에게 거짓말 한 것?”(조 의원), “장 대사가 사용했던 해가 2016년 2017년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어떻게 운영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유 부총리), “뻔뻔하다 감싸지 마라”(조 의원), “(장 대사가 업소에 드나들었을) 당시에는 이 업소가 어떻게 영업을 했는지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유 부총리)

유 부총리 답변의 핵심은 교육부 감사가 진행된 시점에는 음식점을 가장한 유흥업소였지만 장 대사가 드나들었을 당시에는 유흥업소 영업이 아니라 일반음식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 대사의 해명과 비슷한 맥락이다. 장 대사는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흥주점이 아니다. 내가 갔던 음식점이 개방된 홀에 음식점이 있고 일부 별도의 방이 있다”며 “교육부 감사보고서에서는 그 방에 노래방 시설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거기(별도 룸의 노래방)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결과 처분서엔 ‘당시도 유흥업소’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종합감사 결과 감사결과 처분서’ 내용과 유 부총리·장 대사 해명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부의 고려대 종합감사는 올해 1월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진행됐으며 2016~2019년 4개 회계연도를 들여다봤다. 감사결과 처분서 42~46페이지를 보면, 해당 업소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양음식점 위장 유흥주점’이라고 규정돼 있다.



장 대사는 2016년 3월 9일부터 2017년 4월 21일 기간에 모두 6번 이 업소를 방문한 걸로 나온다. 법인카드를 12번 긁었는데 교내연구비카드와 행정용카드로 분할 결제(일명 쪼개기)를 했다. 지출 금액은 모두 279만원이었다. 교육부 감사관실은 당시 장 대사 결제 내역을 ‘붙임 1 서양음식점 위장 유흥주점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담았다. 장 대사가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썼다는 것이다. 물론 감사결과 발표 당시에는 장 대사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보직 교수들’ 정도로 표현했다. 고려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는 ‘유흥주점을 룸살롱으로 표현해도 되는가’란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여자 나오는 룸살롱 맞다”고도 했다.


유 부총리와 장 대사의 해명이 맞으려면 교육부 감사의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교육부 감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면 유 부총리와 장 대사 해명은 틀린 것이 된다. 유 부총리는 2016~2017년 기간에도 유흥업소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고, 장 대사도 당시 유흥업소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감사 결과 처분서에는 해당 기간 “여성종업원이 손님테이블에 착석해 술 접대하는 유흥업소”라고 명시돼 있다.

유 부총리 “부적절 장소 법인카드 사용 맞다” 정정
교육부 감사 결과와 유 부총리 설명이 배치된다는 지적에 유 부총리는 26일 오후 늦게 입장을 수정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깔아줬다. 유 위원장은 “고려대 법인카드 사용 관련해서 사실 확인이 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혹시 관련해서 더 확인된 사항이 있는가”라고 운을 뗐다. 이에 유 부총리는 “아까 제가 2016년 2017년 당시에 이 업소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당시에도 해당 업소는 연구비 카드를 쓰기에는 좀 부적절한 장소였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사가 외통위에서 말씀하셨던 사항이 있지만 그 부분은 언급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시에 이 업소가 이 법인카드, 연구비 카드를 활용하기에는 부적절했던 장소로 확인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감사 결과대로 장 대사가 룸살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장 대사의 “유흥업소가 아니었다”란 해명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