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사진 합성 의뢰했다가 신상 털린 중학생

입력 2020-10-26 18:18

온라인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 합성을 의뢰한 중학생이 협박을 당하고 신원이 공개돼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교육 당국은 최근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디지털 성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대구에 사는 중학생 A군은 페이스북에서 ‘사진 합성해드립니다’는 게시물을 보고 게시물 작성자에게 의뢰 의사를 전했다.

게시물 작성자 신원은 알 수 없었지만 A군은 그의 요구에 따라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여학생의 사진과 이름, 성희롱 메시지 등을 전달했다.

사진 등을 전달한 뒤 작성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껏 한 일을 폭로하겠다”며 A군을 협박했다.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반성문을 쓴 뒤 얼굴이 보이게 읽도록 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만든 규칙을 공책에 적도로 하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바닥에 머리를 박는 영상 등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A군이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욕설과 함께 자살을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 등에 시달리던 A군은 이 사실을 가족에 알리고 피해 여학생들에게도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A군이 다니는 중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A군의 얼굴 사진과 반성문, A군이 의뢰했던 성희롱 글 등이 유포됐다. 유포자는 ‘텔레그램 감시단 참교육’이라 밝힌 이었다.

사안을 확인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A군에게 높은 수위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이번 일로 피해 여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A군은 호기심에서 우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했으며 많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A군 사건처럼 온라인에서 지인 사진 합성 광고 글을 보고 제작을 의뢰했다가 이를 빌미로 협박을 당하는 일이 최근 여러 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에서도 ‘지인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만들어준다’고 광고한 뒤 제작을 의뢰한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만든 10대 남학생들이 입건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진 합성 의뢰를 빌미로 학생을 협박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텔레그램 감시단 참교육’에 대한 수사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