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특검, 소송 지연”… 특검 “우리가 더 답답”

입력 2020-10-26 17: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9개월 만에 재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특검과 변호인 측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점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 선정을 놓고 맞붙었다. 특검이 의견 제시를 위한 심리를 요청하자 이 부회장 측은 “소송 지연 목적”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특검은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6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6일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는 공판준비절차인데도 이 부회장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별세한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특검과 이 부회장은 전문심리위원 지정 절차를 놓고 날카롭게 맞섰다. 재판부는 지난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특검은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을 위해 별도 심리절차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 측은 “지난 1월 17일 공판에서 이미 고지된 내용”이라며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소송지연 목적으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이에 특검은 “재판 지연에 대해선 우리가 더 답답하다”며 “신속한 재판 못지않게 정의로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충분히 심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 지정을 유지하되,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추천을 받아 총 3명의 위원단을 꾸리기로 했다. 아직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은 특검에는 오는 29일까지 말미를 줬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재개된 것은 지난 1월 17일 공판 이후 9개월 만이다. 앞서 특검은 “재판장이 편향적으로 진행한다”며 기피를 신청해 재판이 중단됐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에 준법감시제도 운영을 주문한 뒤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하려 한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이 지난달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전문심리위원에게서 준법감시제도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듣고 12월 중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