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명 죽었는데… 백악관 비서실장 “코로나 통제 안할 것”

입력 2020-10-26 16:52 수정 2020-10-26 17:22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의 웨스트윙 앞에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TV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메도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25일(현지시간) “우리는 대유행(팬데믹)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틀 연속 8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가 아닌 백신과 치료제를 비롯한 다른 완화요법을 통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방송 진행자가 (왜 코로나19를) 통제하지 않을 것이냐고 묻자 메도스 비서실장은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메도스는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적절한 완화요법을 갖는 것”이라며 “백신이나 치료제를 확보해 미국인들이 지금처럼 죽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도스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인위적인 집합 제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는 집중하겠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CNN은 메도스의 이같은 발언이 백악관이 방역 전문가들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전혀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대규모 집회 자제 등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으면서 “코로나19를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까지 추가했다는 것이다.

CNN은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측근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점을 언급하며 백악관이 ‘제2의 유행’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근 마크 쇼트 비서실장 등 최측근 참모들의 연이은 확진에도 불구하고 현장 유세를 고집하고 있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측근이 감염됐다는 이유로 나흘간 유세를 중단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펜스 부통령은 단순히 선거 유세를 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유세는 업무의 일부”라며 “부통령이든 누구든 필수 업무는 계속해서 봐야 한다”고 펜스를 두둔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성명을 내고 “(메도스의 발언은) 바이러스에 패배했다는 백기를 흔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는 “메도스의 발언은 말실수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이번 위기의 시작부터 무엇인지 솔직히 인정한 것”이라며 “백기를 흔들며 그것을 무시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사라지길 희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우리는 확산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로서의 책임이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지난 2월 밥 우드워드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독감보다 5배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며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코로나19) 대처는 여전히 그의 재선 시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