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여친이 과속 운전했는데, 흑인 남친 체포한 美 경찰

입력 2020-10-27 00:10 수정 2020-10-27 00:10
Heather Janney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 과속 운전을 한 백인 여성 대신 조수석에 앉아 있던 흑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틱톡 영상을 통해 알려지며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3시15분쯤 메릴랜드주의 앤아루델 카운티 도로에서 과속 단속을 벌여 운전석에 있던 백인 여성 헤더 제니 대신 조수석에 타고 있던 흑인 남성 앤서니 웨딩턴을 체포했다.

보도에 따르면 운전을 하던 헤더 제니는 시속 30마일 구간에서 45마일로 과속하다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그러나 과속 단속을 위해 차를 멈춰 세운 경찰은 운전자 제니 대신 조수석에 있던 흑인 앤서니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틱톡 계정 Heather Janney 영상 캡처

당황한 앤서니가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 신분증을 보는 게 합법적인 거냐”고 따졌지만 경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옥신각신하던 끝에 앤서니는 경찰에게 끌려내려 오다시피 차에서 나와 강제 연행됐다. 앤서니가 “뒷좌석에 우리 아기가 있다. 내가 스스로 차에서 내리게 해 달라” “지금 (나를) 개처럼 끌어 내리려고 하는데 나는 인간이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경찰은 앤서니를 힘으로 제압해 억지로 차에서 끌어냈다.

제니는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는 앤서니가 경찰에 끌려가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고, 영상은 현재 22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그는 운전하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갔다. 마음이 찢어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미국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Anne Arundel Police 트위터 캡처

논란이 커지자 메릴랜드주 경찰은 SNS를 통해 해명자료를 내놨다. 경찰은 “(과속한 제니의) 차를 세우는 동안 경찰관들이 조수석에 있던 앤서니 웨딩턴의 신원을 입수했다”며 “앤서니가 과거 법정 출석을 거부한 혐의에 따라 그를 수배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은 “인종차별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해명을 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니는 인터뷰를 통해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남자친구의 신분을 확인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운전은 내가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현재 앤서니는 경찰 체포에 저항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제니는 미국 연예뉴스 TMZ를 통해 필요하다면 경찰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