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산악사고 나면…드론이 구급물품 ‘총알배송’

입력 2020-10-26 15:49 수정 2020-10-26 15:52
국토부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2년째 참여중인 제주도가 최근 관음사 야영장에서 고도 1500m 삼각봉 대피소까지 수소 드론으로 15분만에 구급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제주도 제공

하루 평균 3~4건의 크고 작은 산악사고가 발생하는 제주 한라산. 이제는 드론을 띄워 삼각봉 대피소까지 15분 만에 구급 물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이용해 한라산으로 응급물품(자동심장충격기)을 빠르게 배송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9월부터 진행한 시범 운행에선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제주소방교육대와 관음사 야영장에서 삼각봉 대피소(1500m)까지 15분 만에 응급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거리를 사람이 직접 오르려면 모노레일을 이용하더라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심정지 환자 발생고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구급 물자를 배송해야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드론 착지 시 대피소와 같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현재까지 최단 배송 시간은 15분으로 골든타임(10분) 내 주파가 가능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라산 비행에 사용된 기기는 수소연료전지 드론이다. 일반 배터리 드론이 한 번 충전에 15~20분을 비행할 수 있는 데 반해 수소 드론은 2시간까지 장기 체공이 가능하다.

한라산(1950m)에 오르는 탐방과정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산악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 발생한 총 1463건(체력저하에 따른 인력 지원 요청 포함)의 산악사고 가운데 심정지에 따른 사망사고도 5건이 포함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 말까지 995건이 발생했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한편 제주도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하는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선정돼 2019년부터 2년째 제주지역에 필요한 드론 사업 모델을 실증하고 있다.

앞서 태양광 인공지능 드론으로 제주 해안선 비행을 완주했고 현재 천연가스 매립도로 굴착감시 업무, 월동채소 생산량 예측, 소나무 재선충 예찰 등 다양한 행정 현장에 드론 활용을 실증하고 있다.

제주도는 구급 물품 한라산 배송이 성공함에 따라 수소 드론을 제주도소방본부의 사고관리시스템에 연계해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형석 미래전략국장은 “앞으로도 배송, 모니터링 등의 업무에 수소 드론을 상용화하는 방안을 찾아 확대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