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국감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정감사는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상대 종합감사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추 장관에게 “윤 총장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데 집중됐다. 추 장관을 제외한 피감기관장 상대 질의는 거의 없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감에서 “제가 볼 때는 윤 총장이 사실상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추 장관에게 물었다. 윤 총장이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추 장관은 이에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신중치 못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역시 윤 총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윤 총장이 ‘부하’라고 하는 해괴한 단어를 써서 국감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사회도 어지럽게 만들었는데 당시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 지휘·감독 받는 공무원이다’ 그렇게 썼는데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부하라는 말은 저도 생경하다”고 답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12번 거론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소 의원은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대통령을 12번 거론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대통령을) 한 번도 언급을 안 했다”며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윤 총장 말을 방탄해주는 용어로 사용됐다. 이것이 바람직하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추 장관이 판정패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3개월 전 조사이긴 한데 추 장관 명을 거역하는 윤 총장 직무수행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잘한다’ 43%, ‘추 장관이 잘한다’가 40%였다. 장관이 판정패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대단히 송구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답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