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유튜브 콘텐츠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꼬꼬무 측은 “제작진이 직접 취재한 것”이라며 도용 의혹을 부인했다.
형사 출신인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에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프로파일러로 근무하다 배우로 변신한 김윤희씨와 함께 각종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채널에서 다루고 있다. 채널은 2018년 8월 24일 개설됐으며 구독자는 28만명이 넘는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영상에서 “구독자들이 ‘꼬’로 시작하는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 컨셉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댓글을 달았다”며 “그 방송을 봤더니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김윤희 프로파일러하고 나하고 주고받으면서 하는 것처럼 컨셉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방송을 우리처럼 주고받는 컨셉으로 잘 안 한다. 그런데 거기도 그렇게 했더라”면서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우리가 다뤘던 사건을 많이 가져다 했더라”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가 다뤘던 사건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만 가지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우리가 따로 조사해서 한 것도 많다. 그 내용이 (방송에) 나온다면 우리 것을 가져다 쓰는 거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희씨도 김 연구위원이 유튜브 제작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며 “인터넷 검색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담당했던 형사에게 전화를 한다. 어떨 땐 한 콘텐츠 때문에 2~3주를 노력하신다”며 “그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도 경찰에 있었지만 절대 구할 수 없는 콘텐츠”라며 “시간을 엄청 할애하고 정성을 들이는데 그런 면에서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컨셉이 비슷한 것은 그럴 수 있지만 방송 내용을 보니 우리가 했던 내용이 그대로 있더라”면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영상이 올라온 뒤 해당 방송 프로그램이 꼬꼬무라는 의혹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꼬꼬무에 등장한 사건 일부가 김 연구위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뤘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무단 도용 의혹을 제시한 인터넷 게시물에는 “사건의뢰를 오래전부터 봐온 구독자인데 합의된 게 아니라니” “정말 실망이다. 방송 안 볼 것” “제발 공론화되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SBS 관계자는 26일 “저희는 전문가가 아닌 화자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콘셉트가 다르다”며 “방송 소재 또한 다른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같이 역사적 사건 중에서 뒷이야기가 잘 안 알려진, 가치 있는 이야기를 선정한다”고 반박했다.
방송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건의뢰와 같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직접 취재해 얻은 내용을 방송한 것”이라며 “경찰이나 피해자 등 사건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하며 취재를 하다 보니 사실관계는 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기본적으로 비슷한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다뤘던 사건과 겹친 부분이 있어 불쾌한 마음이 없지 않다”면서도 “논란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저희는 저희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