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 미래도시 모습은…‘주거지에서 모든 일상이 해결되는 작은도시’

입력 2020-10-26 11:15
주거지 인근에서 일상이 이뤄지는 미래도시 예상도. 기존의 도로와 주차장 등을 전환하여 보행, 자전거, PM을 위한 공간과 생활권 녹지로 활용하고 교통약자를 위해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하고 배달로봇이 물류를 배송한다. 자전거/PM 전용도로 상부와 건물 벽면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여 활용한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서울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시정을 뒷받침해온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이 감염병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도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감염병시대, 도시의 운명과 서울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원 28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첫번째 주제발표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뉴노멀 사회에 대응하는 세계 주요 도시의 전환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의 방역 경험 및 도시 전환의 과제를 제시한다. 서울대 ‘코로나19와 세계 주요 대도시 비교연구팀’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의 경험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방역과 경제회복 측면에 보여준 서울시의 성공적 결과는 ‘과정적 학습’을 통해 이뤄졌다”며 “서울시의 초기 대응의 성과를 분석해 보면 서울시와 중앙정부, 민간과의 효율적 협력 하에서 선제적 대응과 유연한 전환을 이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올드 노멀(old normal)이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들어가는 도시성의 전환과 미래 탐색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생태‧경제‧사회적 대전환을 통한 도시 전환을 모색해왔던 서울시의 경험과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알아본다.

이어 황민섭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이 ‘감염병 시대, 도시 변화의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발표에서 감염병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도시 변화의 5대 쟁점과 과제를 소개한다.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도시 변화의 쟁점으로 사회적 가치 충돌, 글로벌 시대의 약화, 집중화된 양식의 전환,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국제질서의 변화 등 5가지를 꼽는다. 이를 토대로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의 상호보완적 관계 형성, 로컬 지향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분산형 도시인프라 구축, 사회안전망의 재구조화, 인간안보를 위한 도시 간 협력 강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안한다.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며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여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마지막으로 한영준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부연구위원이 ‘감염병 시대, 지속가능한 서울을 위한 도시 인프라 혁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도시구조 변화 방향과 감염병 시대의 도시 역할을 조명한다. 한 부연구위원은 “자전거, 퍼스널모빌리티(PM) 등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서울의 공간구조를 자족형 다핵분산체계로 개편하고 시민 일상이 주거지 주변에서 모두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제안에 따르면 주거지 인근에서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시에서는 기존의 도로, 주차장 등을 전환하여 보행, 자전거, PM을 위한 공간과 생활권 녹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자율주행 셔틀을 이용해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배달로봇을 활용해 물류를 배송하면 도시교통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의 도시구조를 자족성과 다양성을 갖춘 ‘작은 도시’로 전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재택근무, 홈스쿨링 등 코로나19로 인한 ‘집’의 기능 증가를 언급하며 “주택 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은 서울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감염병 시대의 도시 인프라는 과도하게 집중되는 집의 기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종합토론에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김도년 교수(성균관대 건축학과), 김종진 선임연구위원(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유명순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유진 연구원(녹색전환연구소), 장덕진 교수 등 인프라, 노동, 보건, 환경, 사회 전문가들이 참여해 감염병 시대에 서울이 구현해나가야 할 정책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세미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오프라인 참가신청을 20명으로 제한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동시에 진행한다. 서울연구원 누리집 또는 서울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감염병이 도시 운명을 뒤바꿀 문명의 위기로 번지는 상황에서 서울 같은 대도시의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어 미시와 거시를 아우르는 대책이 절실한 가운데 서울연구원 개원세미나가 시의적절한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