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단합 등산’ 갔다가 급사…法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2020-10-26 09:58

회사의 주말 등산 행사에 참석했다가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공단)은 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주최한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회사가 주관한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회사원 A씨의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3월 회사동료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등산을 하고 내려오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에 후송되기 전 숨졌다. 그의 직접 사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의사는 사망원인으로 급성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뇌출혈·뇌경색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공단은 회사 근로자가 아닌 영업부문 프리랜서가 비용을 부담해 주최한 행사여서 사업주가 주관한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봤다. A씨 사인이 불명확하고 사망 전 과로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회사를 운영하던 B씨가 단합 목적으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등산을 실시했다고 판단, 회사 주관 행사가 맞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회사 근로자들 전원이 등산에 참여했고, 회사 내 지위가 낮은 망인은 참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당시 등산은 회사에서 주관한 것으로 망인에게는 업무수행의 일환 또는 연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등산이 평소 고혈압·당뇨병 등 질환을 앓던 A씨에게 영향을 끼친 점도 인정했다. 감정의는 재판에서 A씨가 산의 정상에 오를 때 혈압이 상승해 혈관이 손상됐고, 경사가 급한 바위산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심장혈관의 혈류가 차단돼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사건 당시 등산은 가파르고 높은 바위산을 2시간 이상 올라가는 것이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