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관련 협회 수장들이 임기 만료와 함께 교체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와 손해·생명보험협회 등 3대 금융협회는 이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들 가운데 관료 출신들이 눈길을 끈다. 금융 혁신과 각종 현안 해결 등에 있어서 ‘힘 센 대장’이 나서달라는 업계의 정서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26일 오후 서울 마포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지원센터 ‘프론트원’에서 정기 이사회를 연다. 10개 은행장으로 구성된 이사진은 이날 다음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태영 회장 후임 선임 일정과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회장추천위원회를 겸하고 있다. 이미 연합회 안팎에서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의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통’으로 통한다.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보험 대표, 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도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민병두 전 의원도 오랜 기간 국회 정무위를 담당하면서 금융 산업 전반에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도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한창이다. 다음달 5일 임기가 끝나는 김용덕 손보협회장이 최근 “연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하면서 후보군이 좁혀졌다.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르면 27일 차기 협회장 후보를 결정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진 전 원장은 재무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강영구 전 금융감독원 보험부문 부원장보(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과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보험부문 부원장보(법무법인 김앤장 고문)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도 오는 12월 초 임기가 만료된다. 다음달 초 회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벌써부터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진웅섭 전 금감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후임으로 오르내린다.
이들 금융협회 차기 수장으로 오르내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빠른 변화와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상황에 봉착했다”면서 “금융 혁신과 함께 법·제도 개선에 따른 업계 입장을 정치권 등에 충분히 피력할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료 수장’ 선호가 자칫 업계 입장을 고수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경제관료 207명이 퇴직 후 금융기관으로 적을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공공기관과 증권사가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손해보험(36명), 생명보험(30명), 은행(25명), 협회(6명)가 뒤를 이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도 20명의 전직 경제관료가 둥지를 틀었다. 이른바 ‘모피아(기재부 전신인 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용어)’ 출신들이 주로 포진돼 있다. 현재 8곳(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산업은행)의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산업은행을 제외한 7곳의 수장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