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가 ‘故 이건희’ 추모했다 비난 받은 이유

입력 2020-10-26 07:49 수정 2020-10-26 09:5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애도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고인의 공과 과를 평가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했을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오전 11시58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고 추모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낸 근조화환이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그 결과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한 이 대표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같은 고인의 여러 말씀은 활기 있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도 성찰의 고민을 던져주었다”고 호평했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이 회장이 1997년 펴낸 에세이집이다.

이 대표는 이후 고인의 과를 언급했다. “고인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이 대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고인의 혁신적 리더십과 불굴의 도전 정신은 어느 시대, 어느 분야든 본받아야 마땅하다”며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 같은 글엔 부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고인이 떠난 당일 공과 과를 언급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추모사는 안 쓰느니만 못하다” “가신 분에 대한 평가는 애도를 마치고 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 아니냐” “애도할 땐 애도만 해라”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모글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7월 9일 박 시장이 숨지자 이 대표는 “마음이 아프다. 박원순 시장의 명복을 빈다. 안식을 기원한다. 유가족에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짧은 추모글을 올린 뒤 조문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