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국’ 일본과 다르네… 소녀상 보호 나선 독일시민

입력 2020-10-25 23:24 수정 2020-10-25 23:49
지난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현지 시민들의 집회와 음악회 등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시민사회에 따르면 시민단체 ‘오마스 게겐 레히츠’ 회원 10여명은 이틀 전 베를린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구청을 상대로 집회를 벌였다. 구청이 소녀상 철거 지시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장년 여성들이 주축을 맡은 이 단체는 전국에 수십 개의 지부를 갖춘 대규모 조직으로 극우세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 시민과 교민들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소녀상 앞에서 연일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민 연주가들도 소녀상 앞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며 소녀상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 21일 테너 목진학과 황성훈, 베이스 황인수, 키보드 문은선 등은 소녀상 앞에서 음악회를 열고 현지 주민들에게 소녀상의 제작 취지를 알렸다.

24일에는 정은비와 샬린 레비아가 공연을 이어갔다.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미테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말 설치됐으나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과 광범위한 로비 속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일본은 집요한 로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적 분쟁이나 민족주의 문제로 몰아갔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회계처리 부정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정의기억연대를 끌어들여 독일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에 베를린 현지 시민사회와 교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천분 신청을 내는 등 소녀상 보호에 나섰다.

독일 진보언론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8일 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사과가 진정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었음을, 독선적인 자기주장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소녀상 철거 지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미테구청은 소녀상 철거를 보류했다. 현재 구청은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측과 소녀상 존속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에서는 소녀상의 비문 내용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외에도 전쟁 시 여성 피해 사례들을 적시해 보편적인 여성 인권을 위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내용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