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아닌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 웨알라 후보를 지지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WTO 사무총장은 국가 간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한일 간 무역 분쟁 해결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 본부장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당선을 둘러싼 우려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한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유 본부장 당선 시) 분쟁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인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유 본부장을 포함해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WTO 측에 전달한다. 그가 WTO 각료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세계은행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등 국제 실무에 정통해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유 본부장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면 최종적으로는 그의 사무총장 취임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는 관측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규정상 투표로 결론 낼 수 있지만, 관례적으로 합의를 중시하며 투표까지 이어진 적이 없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