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찰기 대만 상공 비행 논란… 中 “영토 침공 행위” 경고

입력 2020-10-25 18:30 수정 2020-10-25 19:46
대만 육군 정비사가 지난 8일 대만의 군사기지에서 군용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했는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공군 당국이 비행 사실을 공식 부인하면서 논쟁은 잦아들었지만 중국 관영 매체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무력) 통일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인민해방군(PLA)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PLA 관계자는 “미 군용기가 타이베이 상공을 지나는 모든 과정을 추적했다”며 “인구가 많은 도시 상공을 군용기가 지나는 것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미 공군 측은 지난 21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들이 ‘미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지났다’고 주장하자 성명을 내 “RC-135W 정찰기가 일상적 임무의 일환으로 대만 북부 지역을 비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었다. 그러나 미 태평양 공군 공보관인 토니 위크먼 중령은 이틀 뒤 미군 정찰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했다는 첫 발표는 잘못됐다고 정정했다.

미 당국이 비행 사실을 부인하자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인이 나섰다. 그는 “위크먼 중령의 성명은 대만 당국이 미 군용기의 비행 사실을 두 차례 부인한 뒤에 나왔다”며 “이는 미국과 대만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PLA가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내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통일을 향한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 군용기의 대만 상공 비행을 영공 침범 행위로 간주한다. 2005년 제정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 8조는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대만 분리를 야기하는 행동을 하거나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또 평화통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비평화적 방식’으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감안해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 두 공군 당국이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설명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