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마크롱 정신치료 필요” 발언에… 佛, 터키대사 소환

입력 2020-10-25 17:51 수정 2020-10-25 18:2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월 독일 베를린에서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나란히 서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과 아제르바이젠-아르메니아 교전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프랑스와 터키의 관계가 정상들 간 비방전으로 악화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두고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그는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이슬람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영역의 종사자에게도 히잡 등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은 무슬림에 대한 전선에서 자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이 질병을 제거하지 않는 한 유럽은 내부에서 무너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나침과 무례함은 방법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위험한 만큼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는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였다. 양국 수교 이후 프랑스가 항의의 표시로 터키 주재 대사를 불러들인 건 사실상 처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는 매우 강력한 외교적 신호”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 등 외교 문제로 최근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관련해서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시 나토의 분열상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 이런 발언은 오직 당신처럼 뇌사 상태인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맞받아쳤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아랍국가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교 관련 발언 이후 프랑스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 중학교 교사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를 수업 교재로 삼았다가 지난 16일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뒤 프랑스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엘리제궁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중학교 교사 참수 사건에 대해 터키 대통령의 조문과 지지의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을 프랑스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