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소식에 시민사회·노동계 “어두운 역사는 고인으로 끝나야”

입력 2020-10-25 17:47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4년 삼성전자의 한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모습. 국민일보DB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25일 시민사회계와 노동계에서 잇따라 논평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이 회장이 한국경제에 기여한 공은 인정하면서도 생전 고인의 경영철학이었던 무노조 경영 등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룹 후계 계승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은 삼성이 이룬 경제적 성공과 반도체 신화의 영광을 독차지해왔다”면서 “삼성이 만든 어둠이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故) 황유미 씨 유가족과 노무사들이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11년 뒤인 2018년 11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백혈병과 희귀질환이 산업재해라고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반올림은 “반도체 신화의 진정한 주역인 노동자들은 병에 걸리고 목숨을 잃었다”면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삼성은 피해자들을 사찰하고 회유하고 힘으로 억눌렀다”고 말했다. 또 “2007년 불법 비자금 사태 때 약속했던 경영사퇴와 비자금 사회환원 문제는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삼성의 어두운 역사는 이 회장의 죽음과 함께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이 회장의 공적을 평가하면서도 이 회장 사후에도 삼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봤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이 회장은 2세 승계 이후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의 성공을 통해 삼성을 자산총액 1위 기업으로 일궈 ‘한국 산업의 양적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모든 것에는 공과 과가 존재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경유착과 정치자금을 통해 정‧관계에 구축한 ‘삼성 공화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 역시 혁신해야 한다는”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승복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노총도 “세계적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데 있어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자 명백한 과오”라면서도 “삼성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과 함게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삼성그룹은 고인의 유산을 성찰해 그룹 후계과정에서 빚어진 과오에 대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 투명한 상속으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