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재정준칙 ‘유튜버’로 나섰다가 주식·부동산 비판만 들은 홍남기

입력 2020-10-25 17:3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튜버로 변신했다. 홍 부총리는 24일 한국형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주제로 총 5강에 걸쳐 ‘직강’ 영상을 찍은 뒤 기재부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하지만 댓글은 대부분 주식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일색이어서 부총리의 강의가 정책 홍보라는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 부총리가 경제 강사로 나선 것은 지난달 29일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강의 영상 이후 두 번째다. 강의 동영상 제작에는 부총리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둘러싸고 각종 주장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이 직접 정확한 팩트를 국민에게 짚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유튜브 외에도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여론 환기에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강의에 대한 반응을 보면 분위기는 홍 부총리의 의도와는 딴 판이다. 우선 영상 댓글들만 봐도, 주제인 재정준칙과 관련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25일 오후 4시 현재 5강에 달린 댓글 1100여개 중 주식 대주주 3억 과세 및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만 이야기하다가 지금 국민 재산 건전성은 ‘지옥행’중이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 “유튜브 찍지 마시고 국민의 소리나 경청하시지요.” “고생하시는데 부동산 정책과 대주주 요건 완화는 아닌 것 같다.” “전세방은 구하셨나요?” 심지어 홍 부총리를 해임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 링크를 공유하는 댓글도 여럿 발견됐다.

관가에서도 부총리의 홍보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기재부 소속 한 공무원은 “비단 이번 유튜브 영상뿐 아니라, 평소 부총리가 정부 정책을 무조건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 현실적인 우려나 걱정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주식·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오히려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