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후 주변에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 후 봉사’ 답변 때문에 여론의 관심이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여부에 맞춰졌지만 정작 그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국감 이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했다”며 “지금 현안들이 있으니 잘 챙겨 나가자”고 주변에 당부했다. 이외에는 별다른 소회나 주문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와 달리 답변 태도부터 개혁 진정성까지 많은 부분을 지적받았던 국감이었지만 윤 총장은 힘들었다는 식의 말도 없었다고 한다.
국감 종료 직전의 문답은 검찰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가 “하고 싶던 말을 했다”고 말한 것에 ‘퇴임 후 봉사’ 발언도 포함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윤 총장이 먼저 이 부분을 다시 말하지 않았고 참모들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는 “정치를 할지 말지는 윤 총장 본인만이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감 문답 하나만 갖고 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를 예측하는 건 섣부르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 조금은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총장으로 있으며 목도한 ‘검찰 흔들기’에 많은 고민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최근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이뤄져온 인사와 수사지휘 등을 윤 총장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많은 일들을 바로잡을 방법이 정치 뿐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진실만을 답변해야 할 국감장의 특성상 함부로 뭔가를 약속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퇴임 이후에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명히 선을 긋는 것도 일견 경솔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본인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느냐”고 말했다.
윤 총장은 평소 정치 생각은 없으며 총장으로서의 소임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총장 재직 기간에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많은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기관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하자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었다. 4월 총선일에는 휘하 검사들에게 “‘정치적 중립’ 5글자가 참 어렵다”며 치우침 없는 역할 수행을 당부하기도 했다. 법조계 원로들은 “만일 생각이 있더라도 외부에 밝힐 때가 아니다”고 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