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며 “TV를 만들던 작은 전자업체를 글로벌 거인으로 키운 한국의 상징적인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25일 그의 지난 업적과 어록을 조명했다.
NYT는 “이 회장은 삼성을 스마트폰, TV, 컴퓨터 칩 거인으로 키웠다”면서 “삼성전자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며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 투자지출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기술 혁신을 끊임없이 주문하면서 항상 존재하는 위기와 두려움도 상기시켰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 회장은1993년 수십 명의 삼성전자 간부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고급 호텔로 불러 옛날식 사고방식을 버리라고 강조했다”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이 회장의 어록도 소개했다.
동시에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화이트 칼라 범죄’로 두 번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국 사회 전형적인 방식대로 두 번 다 사면 받았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이자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이 회장은 삼성그룹을 한국 최대의 재벌로 성장시켰다”면서 “한국 재벌가가 3세들의 경영세습에 골머리를 썪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은 가장 최근 사망한 재벌 2세”라는 설명도 더했다.
외신들은 이 회장의 사인과 지난 6년간의 생활, 유언장 존재 여부,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AFP통신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술 거인으로 변모시킨 이 회장은 2014년 심장마비로 병석에 눕게 됐다”면서 “은둔형 생활방식으로 유명한 이 회장의 구체적인 상태에 관해선 공개되지 않아 그의 마지막 날들 역시 미스터리에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회장의 죽음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새로운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라면서 “이 회장은 삼성의 최대 주주지만 한국의 실질적인 상속세 탓에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두 딸에게 이를 양도하는 일은 난제”라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생전 이 회장과 일본의 인연을 강조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소년 시절 일본에서 지냈고 1965년 일본의 사립 명문인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면서 “이 회장은 일본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존경했으며 일본 기업의 품질개선과 경영수법에 정통했다”고 주장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