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25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정부가 북한의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지적이 외교부 공식논평으로 나온 게 아닐뿐더러 대응 시기도 다소 늦어 정부가 과도하게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시 주석의 6·25전쟁 관련 발언에 24일 밤 별도 입장을 통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고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이며 이런 분명한 역사적 사실은 바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관련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사안에 대해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점에서 6·25를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른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미국 정부는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간섭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6·25를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직접 연설한 것은 2000년 장쩌민 국가주석 이후 20년 만이다. 중국에선 시 주석의 연설을 놓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선 미국과 거리를 두도록 하는 중국의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측 대응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시 주석의 발언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 연설 당일에만 해도 침묵하던 외교부가 다음 날인 24일 저녁 이런 입장을 낸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