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백혈병’ 싸워온 반올림 “삼성, 어두운 역사 끝내야”

입력 2020-10-25 15:28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2017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지속해 제기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에 “삼성의 어두운 역사는 이건희의 죽음과 함께 끝나야 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반올림은 25일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건희의 삼성이 만든 어둠이 작지 않다”며 “이건희의 삼성이 저질러 온 많은 문제들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언제나 삼성의 이윤 뒤로 밀려났다. 반도체 공장의 방치된 위험 속에서 반도체 신화의 진정한 주역인 노동자들은 병에 걸렸고 목숨을 잃었다”며 “피해자들이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삼성은 피해자들을 사찰하고 돈으로 회유하고 힘으로 억눌렀다. 삼성 공화국에서 정부도 법도 언론도 삼성과 함께였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들을 비롯해 시민사회에 대한 불법사찰 행위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여전히 답이 없다. 2007년 불법 비자금 사태 때 처벌을 면하려 약속했던 경영사퇴와 비자금 사회환원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며 “삼성생명 보험 피해자들과 철거민 등 삼성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삼성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반올림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 위에 군림해왔던 삼성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며 “삼성의 범죄역사를 끊기 위해서 불법 승계, 회계사기 범죄에 대한 이재용의 죄를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국민일보DB

이건희 회장은 25일 새벽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28일 발인 예정이다. 이 회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에 있는 17호, 19호, 20호 세 개 방을 합쳐서 만들어진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