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환·송승환·박상원… 3인3색 ‘베테랑’들의 연극

입력 2020-10-25 15:00
연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포스터. 극단 피악 제공


정동환 송승환 박상원 등 ‘연기’하면 첫손에 꼽히는 베테랑들이 올가을 연극 무대를 수놓는다. 든든한 중견 배우들의 지원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신음했던 무대가 숨통을 틔울지 기대가 모인다.

최근 선보인 연극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대심문관과 파우스트’다. 지난 22일부터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 오르는 이 연극은 정동환이 데뷔 51년 만에 도전하는 1인극으로 제작 단계부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해 ‘오이디푸스’ ‘메피스토’ ‘고도를 기다리며’ 등 굵직한 작품들을 누벼온 정동환이지만 모노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듬은 극은 신과 인간의 문제를 끈덕지게 파고든다. 정동환은 극에서 대심문관 파우스트 메피스토텔레스 이반·알료사 형제 악령까지 6개 배역을 소화한다. 인간 실존에 관한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음에도 정동환의 호연에 힘입어 105분의 러닝타임이 빠르게 지나간다. 각색·연출을 맡은 극단 피악 대표 나진환의 손길을 거쳐 구현된 무대 미장센도 시선을 붙든다.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티저포스터. 박앤남프로덕션, H&HPLAY 제공


박상원도 2014년 ‘고곤의 선물’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역시 1인극이다. 다음 달 7~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오르는 ‘콘트라바쓰’다. 소설 ‘향수’ ‘좀머씨 이야기’로 잘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동명 희곡에 음악과 극적 요소를 더해 모노극으로 다듬었다. 현대의 소외를 직시했던 작가의 철학이 깃든 작품으로 오케스트라 안에서 소외된 콘트라바쓰라는 소재에 근거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1979년 연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데뷔해 브라운관 등을 누빈 박상원도 1인극은 연기 인생 41년 만에 처음이다. 박상원은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 스포트라이트가 덜 비추는 무대 한쪽에서 사랑을 바라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삶을 깊은 내공으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송승환. 정동극장 제공


배우이면서 공연 제작자로 활약한 송승환도 2011년 안톤 체홉 ‘갈매기’ 이후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다음달 18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복귀작의 이름은 ‘더 드레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 ‘피아니스트’ 각본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명 작가 로날드 하우드의 작품이다. 리어왕 공연을 앞둔 노(老)배우와 드레서의 이야기를 그린 이 극에서 송승환은 평생 배우로 살아온 선생님 역으로 출연한다. 드레서 역에는 안재욱과 오만석이 번갈아 오른다.

1965년 9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50여년을 연기해온 송승환은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으로 근 20년간 연출자 겸 공연 제작자로 활약했다. 대표적으로 세계에 한류를 전파한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가 그에게서 만들어졌다. 특히 ‘더 드레서‘는 무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송승환을 사로잡은 연극이어서 기대가 크다.

송승환은 “지금까지 찍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합치면 100편을 훌쩍 넘을 것”이라면서 “별의별 역할을 다해봤는데 정작 배우 역할을 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늙은 인물의 연기를 제대로 해보는 게 처음이라 특히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