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의 숙박비나 렌터카 이용 요금에 환경처리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입도세’(환경보전기여금) 추진이 제주에서 본격화된다.
난개발 오명 속에 제주도지사의 승인 절차만을 남겨둔 대규모 개발사업들도 줄줄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5일 제주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사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환경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 선언’을 발표했다.
원 지사가 도정의 개발정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2014년 7월 첫 지사직 당선 이후 6년만이다. 회견 장소를 경관사유화 개발 논쟁이 뜨거운 송악산으로 정해 도정의 강력한 의지도 드러냈다.
원 지사는 회견에서 “제주의 자연은 모든 국민이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임을 강조하고 “현재 남아있는 난개발 우려에 오늘로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개발사업은 (제주도정의 슬로건인)청정과 공존의 원칙을 적용해 적법 절차로 진행하고, 청정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것은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것인 만큼 제주를 보전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제주도가 추진할 개발정책 방향과 관련해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 엄격 금지 △대규모 투자의 경우 자본 신뢰도와 사업 내용의 충실성 심사 강화 △모든 투자와 개발에서 제주 미래가치 기여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에따라 현재 제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견이 이뤄진 송악산 뉴오션타운조성사업은 중국 자본인 신해원유한회사가 송악산 일대에 500여실의 호텔과 카지노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사업 추진시 경관을 훼손하고 사유화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부영그룹이 중문·대포 해안의 주상절리대 인근에 29만㎡ 규모로 예정한 호텔과 종합휴양업 사업, 대명그룹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주변 59만㎡ 부지에 추진 중인 동물테마파크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원 지사는 “주상절리대를 지키겠다” “동물테마파크는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제기된 생태계 교란과 인수공통감염병 우려를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살펴야 할 문제”라는 표현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해 드러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장기간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해서는 법정 보호종 보호와 환경 저감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제주에서의 모든 투자와 개발은 반드시 제주의 미래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최근 사법부가 제주도의 허가 취소가 적법했다고 판단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소송에 적극 대응하면서 헬스케어타운을 본래의 목적에 맞게 공공의료, 연구개발단지로 전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환경보전기여금 도입도 추진이 본격화된다.
쓰레기 하수 교통혼잡 등 환경문제 유발자에 처리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은 수년전부터 제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을 준비했으나 관광업계의 반발로 추진이 중단됐다.
관련 용역에선 숙박시 1인당 1일 1500원, 렌터카 이용시 대당 1일 5000원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제도 도입을 위한 공론화를 다시 시작했다.
원 지사는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해 “청정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것은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해야 할 일”이라면서 “환경보전기여금은 제주의 환경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