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각지역에서 서쪽으로 300m쯤 가면 삼각지고가도로가 나온다. 서울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하는 기찻길을 넘기 위한 고가다. 그 고가 아래 ‘십자가복음교회’가 철거 중이다. 무섭게 치솟는 용산 땅값과 개발 열풍에 예배당이라고 온전할 리 없다. 이 철도 건널목은 고가가 생기기 전 ‘땡땡이 길’이라 불렸다. 기차가 지나가면 ‘땡 땡 땡 땡’하며 보행자 위험 신호를 알렸기 때문이다. 철거 중인 예배당은 넝마주이를 위한 전도의 장이었다. 재건대(정식 명칭 근로재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근로재건대는 1962년 넝마주이들에게 시군구청에 등록하고 일정 구역 내에서만 폐품을 수집하라는 제도였다. 우범자와 빈민 등이 많이 참여했던 탓에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 교회는 이들을 위한 구호의 손길을 펼쳤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