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엔 자리 이동을 가급적 자제해주십시오’ 공연의 기본 에티켓을 어긴 대가는 컸다. 담원 게이밍(한국) ‘쇼메이커’ 허수가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의 필살기 ‘로밍’을 무력화해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담원은 24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미디어 테크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에서 G2 e스포츠(유럽)를 세트스코어 3대 1로 꺾었다. 담원은 이날 승리로 오는 31일 열리는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25일 펼쳐지는 쑤닝 대 TOP e스포츠(TES, 이상 중국)전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미드라이너들 간 맞대결답게 밴픽 단계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두 선수는 총 네 번의 세트 중 세 번을 트위스티드 페이트(트페)와 사일러스를 나눠 갖는 구도로 붙었다. G2가 앞서 8강전에서 젠지(한국) 상대로 큰 재미를 봤던 구도이기도 했다.
1세트 땐 허수가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2세트는 ‘캡스’의 완승이었다. ‘캡스’는 로밍의 달인답게 트페의 궁극기 ‘운명’을 능숙하게 활용했다. 그는 스플릿 푸셔 역할을 맡았던 ‘너구리’ 장하권(피오라)과 담원 본대 사이 틈을 정확하게 찔렀다. 기지 방어와 스플릿 푸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담원은 150여 일 만에 자신들의 블루 사이드 넥서스를 내줬다.
허수가 3, 4세트에서 반격했다. 3세트 때 신드라를 선택한 허수는 라인전에서부터 ‘캡스’(아칼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른 시간 ‘점멸’을 소모했지만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교전 상황에선 높은 확률로 ‘적군 와해(E)’를 상대 챔피언에게 맞췄다. 반면에 ‘캡스’는 별 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마지막 세트 역시 허수의 완승이었다. 두 선수는 다시 한번 트페 대 사일러스 구도로 맞붙었다. 허수가 다시 한번 트페를 골랐다. 경기 초반 바위게 싸움에서 허수가 ‘캡스’ 상대로 퍼스트 블러드를 따냈고, 곧바로 탑 다이브까지 성공시켰다. 이때를 기점으로 크고 빠른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게임은 약 18분 만에 끝이 났다.
허수는 ‘캡스’의 로밍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후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캡스’가 맵을 넓게 쓰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며 “‘캡스’가 사라지면 빠르게 콜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캡스’의 템포에 맞출 수 있는 챔피언 위주로 플레이했다”고도 말했다.
‘캡스’는 적장을 인정했다. 그는 “허수가 잘했고, 실수 또한 굉장히 적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 상대가 될 수 있는 쑤닝(중국)의 ‘엔젤’ 샹 타오, TOP e스포츠(TES, 중국)의 ‘나이트’ 줘 딩 모두 훌륭한 선수”라며 “담원과 허수가 결승에서 어떤 식으로 활약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