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이 밝힌 유재수 감찰 중단의 전말…“조국이 지시”

입력 2020-10-23 18:08 수정 2020-10-23 18:30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후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박 전 비서관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자신과 조 전 장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감찰 중단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전 비서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시장에 대한 최초 보고를 2017년 10월말쯤 받았다. 금융회사로부터 고급 승용차를 제공받고, 가족들이 해외에 갈 때 항공료를 대납 받았다는 내용이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보고 받고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유 전 시장은 금융위원회에 재직하고 있었다.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과 문답조사를 실시하자 구명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그간 검사생활의 감이 있다. 제대로 알고 확실히 건드린 것이라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중간 보고서를 최대한 세게 쓰라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이 선처 문의를 하자 “그런 식의 부탁이 오면 반부패비서관 성격 더러워서 말 안 듣는다고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전 비서관은 구명운동 때문에 특별감찰반이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 전 반장은 앞서 재판에 출석해 천경득 전 행정관이 ‘유재수는 우리 편이다. 살려야 도움 된다’고 핀잔 주는 식으로 말했다고 증언했었다.

이후 백 전 비서관은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이 박 전 비서관을 불러서 ‘사표를 내는 선으로 마무리 됐으니 감찰을 종료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 건과 관련해 상의했고 감찰을 종료하기로 정리된 상태에서 결과를 박 전 비서관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은 이런 사실을 이 전 반장에게 말했다. 감찰 종료 사실을 전해들은 특감반원들은 상실감과 분노를 표현했다고 한다. 박 전 비서관은 이 전 반장에게 “직원들을 다독이는 게 좋겠다”고 했고 이 전 반장은 “이렇게 정리하면 나중에 문제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은 최종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또 감사원이나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이첩하는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이 사표라도 낸다고 해서 “그나마 이 정도 불이익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박 전 비서관은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에서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이 종료된 것이냐”고 묻자 “정상적 종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감찰 내용이 금융위에도 전달이 안 됐다. 그럼 제대로 종료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두 동료 비서관의 신문이 있는 날에 내가 몇 마디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이날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