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대구 출신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상화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에 대한 지역 시선이 곱지 않다. 사업회가 주관하는 상화시인상 공정성 논란에서 시작된 문제가 단체 내분으로까지 이어지며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경실련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가 존재 이유를 상실한 사업회에 대한 조사, 감독을 실시하고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업회가 지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제35회 상화시인상 공정성 시비가 그 시작이다. 사업회는 지난 6월 9일 상화시인상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이후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가 심사위원으로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시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사장 선출을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이사들은 부이사장 4명 중 2명 이상이 합의했다며 A부이사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상화시인상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전임 이사장 측이 이사회를 열어 B부이사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사장 2명이 서로 자신이 이사장이라고 우기는 촌극이 빚어졌다.
지역 여론이 나빠지자 대구시는 내분 등으로 목적사업 수행이 제대로 될지 의심이 든다면서 보조금 환수조치를 내렸다. 대구시는 그동안 매년 상금 2000만원 등 연간 1억3000만원을 사업회에 지원했다.
대구시가 압박을 했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구경실련에 따르면 일부 이사들이 전임 이사장 측이 선출한 이사장을 몰상식한 방법으로 등기했다며 최근 법원에 이사장 선임 무효 확인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사회적 의미를 이미 상실한 단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사업회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이상화 시인을 욕되게 하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해치는 일”이라며 “사업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쳤는데 현재의 조건에서 사업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원들이 회원 총회를 소집해 자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