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압력에도 제 소임 다해야 한다” 거취 밝힌 윤석열

입력 2020-10-22 18:32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에서 출발한 수사지휘권 박탈 사태 등에 대해 거취를 질문받은 뒤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 소임은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에서 물러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총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임면권자(문재인 대통령)께서 아직 말씀이 없었고, 임기라는 건 취임 때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 총장’이라는 표현도 나온다”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 1월부터의 검찰 인사 결과 대검에 ‘고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총장에게 이뤄져야 할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도 자주 나왔다.

윤 의원이 “대통령의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말씀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도 정권 수사 이력이 검찰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져온 관행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불이익이) 너무 제도화되면 ‘힘 있는 사람’ 수사에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윤 총장은 그간 추 장관과의 이견을 빌미로 사퇴 여론에 봉착해 왔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사직하지 않는 윤 총장을 향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 “어떻게 버티나” 등의 말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내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으면 벌써 그만뒀다”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힘빼기’가 본격화할 때 검찰 내부에서는 “아예 나가라고 고사를 지내는 듯하다”는 반응이었다.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검찰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다만 윤 총장 개인이 영웅이라서라기 보다는 ‘검찰 흔들기’를 막기 위해 총장이 버텨줄 때라는 여론이 많다고 한다. 지난 21일에는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