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세, ‘보도 무마’ 대가 김봉현 돈 3000만원 받았다

입력 2020-10-22 18:21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강세(58·수감 중) 전 광주MBC 사장이 지난해 언론 보도 무마 명목으로 김봉현(46·수감 중)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다만 이 전 사장이 실제 돈을 건네진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전 사장은 이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청와대 민원 대가로 돈을 또 받았는데, 돈의 액수와 성격을 두고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전 사장의 변호인은 22일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사장이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라임 관련 보도를 덮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실제 언론사에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 뒤 해당 언론사에서 라임 펀드 부실 문제를 다룬 기사가 보도됐다.

언론사 청탁이 실패하자 김 전 회장은 같은 달 이 전 사장을 통해 청와대에 청탁을 시도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27일 김 전 회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돈을 받았다. 하지만 돈의 액수와 성격을 두고선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쇼핑백에 5000만원을 담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청탁에 대한 착수금 성격으로 줬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전 사장은 편지 봉투 2장에 담긴 1000만원을 기자회견에 쓰라는 활동비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7월부터였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 부실 문제가 보도되기 시작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예상되자 라임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까봐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들이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사장은 7월 28일 강 전 수석을 만나 라임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이 검사들에게 룸살롱 접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시점도 7월이다.

검찰은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바뀌는 데다 뚜렷한 증거가 없어 의혹을 규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준 것 또한 사실”이라며 청탁 목적의 착수금이라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또 “이 전 대표가 중간에서 썼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강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을 뒤집었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호텔 CCTV에 증거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이미 CCTV가 폐기된 사실을 파악했다.

구승은 정우진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