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vs 유보’ 혼돈의 독감 백신, 전국서 사망자 속출

입력 2020-10-22 17:55


20명이 넘는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면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직 사망과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예방접종 사업 잠정 유보를 촉구했으나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5시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총 25명에 달했다. 질병청은 이날 0시 기준 13명의 사망사례가 신고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경북 전북 인천 서울 등에서 사망자가 잇따랐다.

질병청이 밝힌 13명의 사망사례를 보면 이들이 맞은 백신 제품의 종류는 6종이다. 다만 제품이 같음을 의미하는 로트번호(LOT·고유 제조번호)까지 동일한 경우는 없었다. 아직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확인된 사례도 없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아직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접종 중단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의협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 예방접종을 일주일간(23~29일)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며 “이 기간에 백신과 예방접종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독감 유행 전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주일 정도는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사망자들이 예방접종을 하러 가서 예진까지 받았다면 당시의 몸 상태가 괜찮았다는 것인데 급사에 이른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부검 등 면밀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망과 연관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접종 사업을 지금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백신학회도 이날 공지를 통해 “올해는 코로나19와 함께 독감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진 면역저하자는 독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