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 윤석열은 왜 ‘네편’이 되었나

입력 2020-10-22 17:51 수정 2020-10-22 18:01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탄식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불과 1년 전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을 때 그를 감쌌던 민주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을 통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민주당은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김봉현의 주장을 지렛대 삼았다.

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관련 부실수사 의혹, 가족 비위 의혹 등을 언급하며 윤 총장을 질타했다.

특히 사법시험 동기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윤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배당 후 윤 총장이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를 두고 고성을 오갔다.

박 의원은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호통쳤다.

그러자 윤 총장도 목소리를 높이며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의 고성에 국감장이 술렁였다.

두 사람의 설전에 7년 전 박 의원이 윤 총장을 ‘의로운 검사’라고 칭찬했던 글이 주목을 받았다.

박 의원은 2013년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수사팀장으로서 보고누락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도 긴 대화 한 번 나누질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

한편 윤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질의에 “검찰 생활을 겪으면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 내가 편하게 살지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앞서 윤 총장은 조 의원이 ‘산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되느냐’고 묻자 “과거에 저 자신도 경험해본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 파견 나가서 대통령 측근들을 수사했는데,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선배 검사들은 대(大) 영전은 아니더라도 영전되거나 정상적 인사를 받아서 간 것 같다”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부분에 대해 과거보다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별 차이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지난 1월 이후에는 좀 많이 노골적 인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