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골치 아픈 ‘서학 개미’…환차손 우려 VS 매수 기회

입력 2020-10-22 17:43

달러화 약세에 미국 주식을 사 모으는 ‘서학 개미’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기 전 매수한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우려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금이 같은 돈으로 미국 주식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금액이 또 한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직구’ 열풍은 더욱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32.9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1원 올랐지만, 지난해 말 대비 36원 가량 하락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원화가 약세를 띠었을 때 환율은 1300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3월 19일 1285.7원). 그러다 6월 7일(1197.7원) 석달 만에 1200원 밑으로 내린 데 이어, 최근 한달 여 간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변동장 이후 미국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지금 주식을 팔아 원화를 바꾸면 손에 쥐는 수익이 줄어들게 됐다.

예를 들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인 테슬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주식 상승률은 각각 0.85%, 2.43%, 1.27%, 2.26%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3% 가량 오르면서 환율 변동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깎아먹은 셈이다.

오히려 원화에서 달러 환전 시 유리해진 만큼 미국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뉴욕 증시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이다. 최근 주식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박모(28)씨는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미국 주식을 살 수 있게 됐으니 눈 여겨 본 종목을 매수할까 생각 중”이라며 “‘환테크’(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투자 방법) 차원에서라도 이제부터 환전을 꾸준히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달러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추가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경기 동반 회복 등을 고려하면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가팔랐던 원화 강세 속도를 고려하면, 환율의 추가 급락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달러 약세 및 위안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미·중 갈등이 완화돼 위안화가 더욱 강세를 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올 3분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620억2000만 달러(약 70조2600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434억6000만 달러)보다 43% 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장별로 미국이 554억5000만 달러로 결제금액 비중이 가장 높았고, 홍콩(42억8000만 달러), 중국(11억2000만 달러), 일본(7억7000만 달러), 유로시장(8000만 달러) 순이었다. 종목별 결제금액은 테슬라(105억 달러), 애플(49억8000만 달러), 아마존(27억8000만 달러), 엔비디아(21억5000만 달러) 등 IT 기술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