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자들의 사망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자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감 바이러스 배양에 쓰는 유정란이 오염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백신에 쓰일 독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쓰이는 유정란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를 인용하며 유정란에 기준치 이상의 균·톡신(독성물질)이 포함됐을 경우, 접종자의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백신용 바이러스 배양에 쓰인 유정란의 상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백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제품을 출하하기 전까지 이중삼중의 확인과 검사를 통해 독성물질을 걸러낸다는 것이다. 접수된 사망 사례 중에는 유정란 배양 백신 뿐 아니라 세포 배양 백신을 접종한 경우도 있었다고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출하되는 백신의 품질 자체는 검정 과정 등을 통해 엄격히 관리된다며 ‘유정란 오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독성물질이나 균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기엔 접종 이후 사망까지 걸린 시간이 짧다”고 말했다.
다만 백신과의 직·간접적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추운 날씨에 백신 접종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면서 고령자들의 기저질환이 악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는 62세 이상 고령자의 30%인 300만명이 지난 19~20일에 몰려 접종받았다”며 “과거 신종 플루발 백신 대란 당시에도 고령자들이 심근경색 등으로 숨진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 백신이 충돌했을 가능성이나 국가조달물량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특징이 무증상 감염인 만큼 유족 동의 하에 부검을 하면서 관련 검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태가 착시에 가깝다는 시선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800명이 사망하며 그 중 절반이 80세 이상”이라며 “백신 접종자가 1300만명인데 특히 사망자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