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21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퇴근했다. 모두발언 인사말만 연습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법제사법위원들의 질의에 대비한 예상문답을 해 보거나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으로 대검 국감에 쏠린 관심이 컸지만 윤 총장의 태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참모들은 애초부터 윤 총장의 강경 대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국감에서 주어진 질의에 에둘러 답변하지 않고 평소 스타일 대로 말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었다. 윤 총장이 지난 18일 법무부의 편파적 수사지휘 의혹 제기에 대해 크게 반발했던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었다.
일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면 마스크일 뿐”이라는 말로 별다른 걱정이 없었음을 돌려 말했다. 마스크 착용 때문에 총장의 발언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 정도가 우려된다는 얘기였다. 실제 윤 총장은 답변을 회피한다거나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길게 설명한다는 이유로 법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증인이 하나를 물으면 10개를 답한다”고 불만을 표한 법사위원도 있었다.
대검은 국감이 예년과 달리 국회에서 열린 점을 고려해 업무 공백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일부 인력을 대검 각 부서 사무실에 남기고 비상연락 체제를 가동했다. 법사위원들이 새로운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하면 팩스와 메신저 등으로 파일부터 보내고 직원이 직접 전달하게끔 한 것이었다. 윤 총장은 이날 국감 답변을 하면서 주변에서 전달한 쪽지를 다수 참고했다.
윤 총장은 이달 초 추석 연휴가 끝난 뒤부터 대검 각 부서의 관련 자료들을 보고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의원실의 요구 자료, 최근 현안 설명 자료들이 그때부터 취합됐다. 윤 총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추후 많은 보고를 받았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의 사의 표명 소식은 윤 총장이 피감기관장석에 앉아 있을 때에 쪽지로 전달됐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