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사구, 환경부 목록에 누락 분 많다”

입력 2020-10-22 17:25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바닷가. 사빈과 가까운 곳에 해안도로를 개설하면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겨울철이면 도로 위에 모래가 가득 쌓인다.

제주지역 해안사구가 각종 개발로 급격히 훼손되는 가운데 환경부가 작성·관리하는 전국 해안사구 현황에 도내 일부 해안사구가 누락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 이후 진행해 온 ‘제주지역 해안사구 모니터링’ 중간 조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국 189개 해안사구를 목록화해 5년마다 정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해안사구의 훼손 상황을 점검,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 제주의 경우 14개 해안사구가 환경부 목록에 담겨 있다.

그러나 환경연합 조사 결과 실제 제주지역에는 목록에 없는 해안사구가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서부지역의 경우 환경부가 작성한 하모리, 사계 사구 외에 황우치 해변과 설쿰바당 해안사구(안덕면 사계리)가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었다.

동부지역의 경우 월정 해안사구에서 분리된 단지모살 사구(구좌읍 한동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환경부 목록에는 없었다. 구좌읍 세화리 지역에서도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큰 사구가 확인됐다.

섬 지역인 우도 역시 하고수동 배후에 해안사구가 형성돼 있으나 목록에선 제외됐다.

해안사구(모래언덕)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강풍이 불 때 모래사장의 모래가 육지쪽으로 이동하다 식물과 같은 장애물에 걸려 퇴적되며 형성된 공간이다.

언뜻 모래가 쌓인 곳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생태계의 완충지대로, 건조하고 소금기가 강한 지역에서 생존가능한 염생생물이 뿌리를 내리는 또다른 생태계다.

실제 제주의 해안사구에는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가 둥지를 튼다. 특히 흰물떼새는 사구가 비교적 잘 남아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둥지를 트는 것으로 미루어,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이들에게 중요한 서식지임을 알 수 있다.

국제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에게는 알을 낳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바다거북은 연안 해역을 좋아하며 특히 5~8월 밤에 모래 해변에 올라와 알을 낳는다.

하지만 2007년 제주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알을 낳은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마지막 산란 흔적이다. 제주의 모래 해변 대부분이 대규모 관광지로 이용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관련 기관이 매년 색달해수욕장을 찾아 바다거북 방류 행사를 벌이지만, 이들이 다시 이 곳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알을 낳을지는 미지수다. 산란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환경연합 조사에선 모슬포 사구에서 환경부 멸종위기 식물인 갯대추 군락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해안사구는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관리가 필요하다. 모래 유실의 원인은 항만개발이나 방파제 축조로 해류 흐름이 바뀌거나, 해수욕장에 모래 공급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가 훼손되면서 새로운 모래 유입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해안사구 파괴가 해수욕장 기능 상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환경연합은 이처럼 제주 모래사구의 일부(5~6개)가 환경부의 전국 해안사구 목록에서 빠져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제주도에 대해 전수 조사와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해안사구 38곳 중 제주도 해안사구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양수남 대안사회국장은 “환경부에서 확인된 사구보다 더 많은 사구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제주도는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 대책을 이제부터라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