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셨지 않습니까”라며 서운함을 표출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을 향해 ‘검찰 개혁 적임자’라며 호의적 평가를 쏟아내던 민주당 의원들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씁쓸한 심정을 내비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윤 총장의 답변 태도까지 문제 삼으며 비판을 이어가자 야당 의원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난 7월 국회 답변 태도보다 수십배 예의 바르다며 윤 총장을 옹호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시절 전파진흥원 수사 의뢰 건을 보고받지도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며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품게 됐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작심한 듯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년 전만 해도 박 의원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윤 총장에게 자신을 ‘범계 아우’라고 칭하며 스스럼없이 대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이후 좌천됐을 때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형에게 조직의 배반자로 낙인찍는 검찰 조직문화가 여전하다면 비난과 자조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연서를 띄운 바 있다.
그러던 박 의원의 태도는 이날 180도 변해있었다. 옵티머스 사건을 거론하며 윤 총장에게 “이런 허접한 허술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느냐. 피해자의 눈물이 보이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의 질문이 쏟아지자 윤 총장은 “허, 참”이라며 짧게 탄식하기도 했다. 박 의원도 “자세를 똑바로 하라”며 호통쳤다.
윤 총장의 답변이 길어지자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묻는 말에만 답해야 하는데 하나를 물으면 열 개를 답한다. 우리는 7분 시간으로 하는데 누가 누굴 국감하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의 답변 시간을 1분으로 제한하자"고도 했다. 이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가만 계세요. 창피해서 정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윤 총장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검찰 생활을 겪으면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내가 편하게 살지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검 파견 나갈 때만 해도 특검이 끝나면 검사를 그만두려는 생각까지 했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는데 국민에 대한 책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참 정치와 사법이 크게 바뀌는 게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비판하며 윤 총장을 엄호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소설 쓰시네’라며 27번이나 윽박지르던 추 장관보다 윤 총장이 수십 배 예의 바르게 답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게 “추 장관이 사과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제가 능력이 부족해 대형 금융 사기범들을 신속하게 수사하지 못해서 피해자들 울분을 빨리 못 풀어드린 점은 사과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