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2019년 12월 산업부 직원이 월성1호기 관련 문서를 무더기로 삭제한 것과 관련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의 산업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기관장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회피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장관은 그러면서도 “산업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문서를 폐기)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감사원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검토와 조사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격하게 부딪혔다. 국민의힘이 감사 결과에 대해 “조작, 은폐”라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언급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이 질의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여야 의원 간에 고성과 반말이 오가면서 한때 회의가 파행됐다.
이날 국감에선 월성1호기 감사 보고서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개의부터 시작된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에 나서면서 극에 달했다.
김 의원은 “감사 결과는 월성1호기 폐쇄가 얼마나 급진적으로 ‘묻지마’ 식으로 진행됐는지 진실을 파헤치는 첫걸음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초갑질, 산업부의 갑질이 있었다“며 “그들의 협박과 겁박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산자위 간사인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제지에 나섰다. 송 의원은 “김 의원의 방금 질의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감사보고서에는 대통령, 청와대와의 관계가 어떻게 드러났다는 어떤 내용도 없었다. 누가 들으면 여기 나와 있는 장·차관들이 범죄자인 줄 알겠다”고 반박했다.
둘의 언쟁이 격해지자 여야 의원들 간 고성으로 번졌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 의원에게 반말하지 말라. 회의의 기본이 반말이냐”며 따졌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이 회의장 가운데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좀처럼 싸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학영 위원장은 더 이상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예정된 시간보다 40여 분 일찍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오후 감사 재개 후 송 의원은 “김 의원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언성 높이던 과정에서 삿대질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월성1호기 재가동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냐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성 장관은 “감사원의 지적은 변수 선정 등에 있어서 기술적 검토가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조기폐쇄 자체가 부정된 것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에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빈축을 샀다. 강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 도중에도 게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강 의원은 언론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죄송하다. 두말할 여지 없이 제가 잘못한 일이다.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입장문을 게시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국감장을 게임이나 하는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비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