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입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하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 표명을 하자 검찰 내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박 지검장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에는 77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검사는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 2조원을 세치 혀로 순식간에 공중분해시킨 사기꾼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쪽의 수사기록을 휴지조각 취급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하고 있다”며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은 이에 동조해 총장과 검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라고 적었다. 한 차장검사는 “‘사람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카이사르의 말이 최근처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며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검사들은 댓글을 통해 박 지검장의 사의를 만류하고 나섰다. 한 부장검사는 “대한민국 검사는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배워왔다”며 “바로 지금이 그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사장님이 중심을 잡고 라임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거둬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