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3일 ‘항미원조’ 기념식서 직접 연설… 전국 생중계

입력 2020-10-22 17:01 수정 2020-10-22 18: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당 간부들과 함께 베이징 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70주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열리는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한다고 중국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전 참전 기념 행사에서 직접 연설하는 건 2000년 장쩌민 주석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10년 전 참전 60주년 행사 때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연설하며 “항미원조(6·25전쟁의 중국식 표현)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자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었다. 올해 역시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애국주의를 자극해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중국의 ‘BTS 보이콧’으로 불거진 한국 내 반중 여론과 맞물려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국작전 70주년 기념대회'가 23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다는 내용의 포스터. 중국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에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국작전 70주년 기념대회가 23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며 “시 주석이 참석해 연설한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연설은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중국은 압록강을 넘어 첫 전투를 치른 1950년 10월 25일을 참전 기념일로 삼고 있다.

올해는 중국이 기념행사 개최 시 중요하게 여기는 정주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인데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행사 규모와 시 주석 발언에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국작전 60주년 좌담회' 기사가 실린 2010년 10월 26일자 인민일보 1면. 전쟁 참전 용사들과 악수하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 옆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인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2010년 국가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은 항미원조 60주년 좌담회 연설에서 “이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중국 인민에 강요한 것”이라며 “북한의 요청을 받아 당과 마오쩌둥 동지가 출병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기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조(중국과 북한) 양국이 단결해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중국 인민은 양국 인민과 군대가 선혈로 맺은 우정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미·중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좌담회 행사에 참석했지만 직접 연설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행사 규모와 격식을 정하는 데 미·중 관계를 상당부분 의식한다는 의미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0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새 앨범 'BE'의 콘셉트 사진. 연합뉴스

올해는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전쟁 발언 논란이 불거져 파장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전쟁을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고 표현한 부분을 문제 삼아 분노를 표출했고, 이를 관영 매체가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는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고취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항미원조 기념 행사를 앞두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행사와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했는데, 이 자리에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과 왕치산 국가 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