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도중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만 숨진 참가자가 투여받은 것이 백신이 아닌 가짜 약(플라시보)으로 알려지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브라질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3차 임상시험 과정에서 참가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중 사망자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 당국은 현재 정확한 사망 이유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자는 지난해 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3월부터 리우데자네이루의 병원 두 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28세 젊은 의사다. 그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에는 건강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사망자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실제로 접종받았는지 아니면 플라시보를 투여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라질 매체 글로보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시험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가 백신이 아닌 플라시보를 맞았다”고 전했다.
통상 의료계에서는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기 위해 임상 참가자 일부에게는 플라시보를 제공하고 이들을 신약 투여자들과 비교한다. ‘약을 먹었다’는 생각만으로 병이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성명을 통해 “의료 기밀 유지 조항에 따라 숨진 참가자에 대한 세부 정보들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도 “내부 검토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이어가는 데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대도 “브라질에서 발생한 이번 사례를 신중히 평가한 결과 임상시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며 “브라질 규제당국도 시험을 계속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유력 후보물질 중 하나이며, 현재 영국·미국·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최종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영국 내 임상 참가자 한 명이 척추염증 질환을 호소해 임상시험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영국 등에서는 규제 당국의 안전 평가에 따라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번 주 안으로 임상시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브라질에서는 지금까지 8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코로나19 시험 백신을 투여받았고, 전 세계에서도 2만명 이상이 시험 백신을 맞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