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피격공무원, 현실도피 목적의 월북으로 판단”

입력 2020-10-22 16:30
해양경찰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가 도박으로 인한 현실도피 목적의 월북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양경찰청은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 지인들로 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당직근무에 임했던 사실 등 도박 등으로 인한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최근 455일 동안 591차례 도박자금을 송금했고, 마지막 당직근무인 지난달 20일에도 도박자금을 송금한 것을 확인했다. 또 A씨가 사용했던 3개의 휴대폰 감식,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도박으로 인한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과 급여 압류 등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은 A씨가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지인들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수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고, 북측 민간선박(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와 관련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의 실족과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실종 당일 무궁화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에서 기상도 양호했고, 선박 양측에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줄사다리가 거치돼 있었다”며 “실종자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하면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A씨가 북한해역에서 발견 당시 붉은색 계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의 침실에 총 3개의 구명조끼(A, B, C형)가 보관돼 있었으나 침실에서 붉은색(B형) 구명조끼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보아 해당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무궁화 10호 구명조끼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되지 않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의지하고 있었던 부유물은 파도에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누워있을 수 있는 1m 중반 크기로 확인했고, 선미 밧줄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는 직원들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실종자의 것으로 특정했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