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만 19만 페이지에 달한다. 짧게 잡아도 (기록 검토에) 3개월이 필요하다”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중법정 311호.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삼성 불법승계 의혹’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들이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3개월의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이 검토해야할 수사기록은 총 368권 19만쪽에 달하고, 증거목록만 1700쪽에 이른다는 이유였다.
이에 검찰은 오히려 “빠른 시일 이내 속행기일을 정하고, 공판은 주 2회로 정해달라”며 재판 진행을 신속히 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인들이 장기간 피고인 측을 변호해 오면서 사실상 기록 확인이 많이 됐다”며 “3개월 후에야 전체 내용을 읽고 한 번에 의견을 주는 방식보다는 기일을 빨리 잡고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체크해 일부라도 기일이 진행되게 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쪽 입장을 절충해 이듬해 1월 14일을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3개월은 너무 많은 시간을 드리는 것 같다”며 “(변호인들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1월 14일 일주일 전까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준비절차는 2번만 하고 바로 공판기일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로 열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검사 10명과 변호인 18명이 나와 법정을 가득 메웠다. 일부 변호인은 피고인석에 자리가 없어 방청석에 앉아야 했다. 수사를 총괄했던 이복현 부장검사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앞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수사심의위원회 때와 동일하게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범죄라는 검찰 시각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